32세 장연수
INFP인 7급공무원. 현재 6살 차이가 나는 상훈과 1년째 연애중.
MBTI에 관심이 많으며 ESTJ인 남자친구와 성격이 잘 맞진 않는다고 느낀다.
상훈의 외모가 별로라고 느껴 친구들이나 sns에도 한 번도 공개하진 않지만, 직업이 성형외과 의사인 점과
야망이 있는, 요즘 이야기하는 알파 메일(alpha male)의 성향이 마음에 들어 연애를 지속하는 중.
"언니. 나는 결혼 못할거 같아."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 참여한 연수가 뷔페에서 밥을 먹다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갑자기 왜? 상훈씨랑 사이 좋은 거 아니였어?"
"그건 그런데... 그냥 뭐. 결혼하게 될진 모르겠네. 나랑 성격도 좀 다르고.... 결혼할 마음의 준비가 안된 것 같아 나는"
대충 얼버무리며 젓가락만 뒤적이는 모양새에 좀 더 노골적으로 물어본다.
"왜. 상훈씨가 결혼하자고 안하는구나?"
그 말에 정곡을 찔린 연수는 좀 더 솔직하게, 하지만 약간의 자존심은 내세우며, 말을 잇는다.
"어. 사실 나도 상훈씨와 결혼하는게 막 확신 드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상훈씨가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상훈씨 이제 막 레지던트 끝나서 개원준비하시지 않아? 바쁠 시기이긴 하닌까...."
"아직 하고있는 것도 아냐. 뭐 말로는 1년 안에 한다는데 딱히 계획하는 것 같지도 않고....
다른 이야기 하다가 결혼 주제 슬쩍 꺼내면 두루뭉술하게 우리 ~~하자 이렇게는 말하는데
구체적인 액션이 없네."
"그러게. 상훈씨 나이도 있고 해서 결혼생각 하면서 만날 나이이긴 한데 조금 미적지근하긴 하다.
보통 남자들이 결혼할때 미적거리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돼있어서이긴 한데
상훈씨 나이는 많아도 레지던트 이제 막 끝나서 본인이 생각했을 때 결혼할 만큼 돈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러게. 언니 오늘 시간 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둘은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한다.
"이런 말 있잖아. 연애의 키는 여자가 쥐고 있지만, 결혼의 키는 남자가 쥐고 있다라는 말.
결혼이라는게 남자가 적극적으로 밀어부칠 때 훅훅 진행되는 거지.
결혼하기 싫은 남자 억지로 결혼 푸시하면, 한 단계 한 단계 하다가 어느 순간 스탑하는 구간이 생긴다고 하더라고.
솔직히 저번에 상훈씨가 레지 끝나고 바로 개원 준비한다고 했을때, 좀 의아하긴 했어.
아직 1년정도 밖에 안만났지만 30대의 나이엔 1년이면 충분히 결혼과 같이 진지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간이긴 한데
모은 돈을 결혼이 아닌 개원에 쓰겠다는 건, 결혼에 대한 의지가 좀 없어보이기도 하네.
상훈씨랑은 관계가 어때?"
"모르겠어. 평소대로 잘 지내고 데이트도 잘하면서 지내.
딱히 권태기같지도 않고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뭐랄까? 상훈씨는 T잖아. 그래서 성격이 막 나한테 고분고분 맞춰주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건 좀 힘들지."
"결혼하자고는 이야기해봤어?"
"아니 아직."
"각 잡고 한 번은 이야기해봐. 사실 상훈씨도 상훈씨지만 너한테도 시간은 중요하닌까.
각 잡고 결혼 생각 있는지 물어보고, 만약 미적이면 딱 데드라인 정해서 이야기해야지.
그때까지 플랜이 안나오면 헤어짐도 염두해두고 있다고 강수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줘봐."
"그래야겠다.... 근데 언니. 나 솔직히 조금 자존심 상해. 나랑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뭘까?"
"원래 남자들은 돈 없으면 결혼 안하려해. 남녀가 요즘 결혼 못하는 이유가 남자는 돈이 없고, 여자는 돈있는 남자가 없어서 라잖아.
그게 아니라면 지금 만나는 사람이 좋긴 하지만 딱 결혼할 만큼 좋진 않은 것일수도 있지."
이야기 하며 연수의 눈치를 살피니 약간 심란해하는 표정이다.
사실 상훈이 연수에게 결혼하자고 말하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뼈아픈 팩트보단 적당한 위로와 공감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더 말을 잇진 않는다.
"또 결혼하자고 이야기하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으닌까 꼭 이야기는 해봐.
누가 먼저 결혼하자고 하면 어때. 나도 내 남편이랑 결혼할 때 내가 먼저 이야기 꺼내서 시작했어.
이야기를 해보고, 이 남자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빨리 캐치한 다음에
그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잘 구슬려봐야지. 또 너무 푸시하면 도망가닌까 살살 구슬려서."
"휴... 요즘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 마음이 갈대같아. 종잡을 수가 없어."
연수의 자조적인 말에 그런 게 아니고 상훈이 연수에게 그정도의 마음이 없다 이야기하고 싶지만
말을 아끼고 위로를 보낸다.